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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 시점으로 보는 드라마 "미생" 리뷰
드라마 ‘미생’은 단순한 직장생활 이야기를 넘어서, 모든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40대 중년 시점에서 바라볼 때, 이 드라마는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후배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 삶 그 자체입니다. 오늘은 40대 중년 시점으로 드라마 미생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후배 같았던 장그래, 이제는 내 모습입니다
처음 ‘미생’을 봤을 땐 장그래가 꼭 후배 모습 같았습니다. 스펙도 없고, 실수도 많고, 눈치 보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안쓰러웠죠. 하지만 다시 40대에 이 드라마를 마주했을 땐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그래는 단순히 사회 초년생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버티는 모습, 작은 기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태도, 그게 바로 지금의 나였습니다. 직장생활 10년, 15년 차가 되면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반복됩니다. 출근해서 일하고, 사람 눈치 보고, 실적과 성과에 쫓기면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후배들에게 기대를 받고, 상사와 윗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년 직장인의 몫입니다. 드라마 속 오 차장이나 김 대리처럼, 우리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는 조력자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미생’을 다시 보면 감정이 더 복잡해집니다. 단순히 장그래를 응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내 이야기 같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특히, 자신보다 어린 상사 밑에서 일하는 장면, 회식 자리에서의 기싸움, 승진 누락의 허탈함 등은 40대에게 익숙한 풍경입니다. 이제는 장그래가 안쓰러운 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나 자신이 더 안쓰럽습니다.
조직 속 내 자리는 어디일까?
40대를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내가 조직에서 어떤 사람인가’를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이런 고민을 너무나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 실수 한 번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불안정한 위치, 그리고 아무리 애써도 한 끗 차이로 밀리는 승진의 순간까지. 이런 일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매일 우리가 겪는 현실입니다. 특히 김부장의 캐릭터는 40대 직장인에게 묘한 위로를 줍니다. 회사라는 곳에서 인간적으로 대하고 싶지만, 냉정한 결과와 실적 앞에서는 늘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 우리 역시 사람을 챙기고 싶지만 성과를 챙겨야만 살아남는 입장이라 그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대단한 이유는, 이런 인간적인 고뇌를 감정적으로만 풀지 않고 직장인의 현실적인 고민으로 담백하게 그려냈다는 점입니다. 조직 안에서 내 자리는 누군가의 ‘기회’ 일 수도, 누군가에겐 ‘걸림돌’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드라마를 통해 “이 정도면 잘 살아온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어”라는 작은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미생’이 중년 직장인에게 주는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완생이 아닌, 끝없는 미생의 연속
우리는 언젠가 완생이 될 거라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4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고, 여전히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여전히 흔들립니다. 그래서 ‘미생’이라는 단어가 더 와닿습니다. 완생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그 방향을 향해 계속 걷는 의지입니다. 드라마 ‘미생’ 속 캐릭터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하고, 좌절하고, 때론 비겁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리를 지키고, 다음 날 출근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똑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다시 회사로 향하고, 다시 사람들과 부딪히고,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중년이 되면 인생의 방향을 재정비하게 됩니다. 남은 커리어를 어떻게 채울지, 언제까지 이 조직에서 버틸 수 있을지, 내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그 모든 고민에 대해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함께 고민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때론 “그냥 버텨도 괜찮다”라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작품. 그게 바로 ‘미생’입니다.
‘미생’은 단순한 청춘 드라마가 아닙니다. 40대 중년이 되어 다시 볼 때, 이 드라마는 우리가 걸어온 길과 지금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완생을 향해 걷고 있는 모든 중년 직장인들에게, 이 작품은 작은 위로와 용기를 전해줍니다. 아직 미생이라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